[취재여록] 그 많던 주택업체 다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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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업체 직원들의 화두(話頭)는 다른 업종 회사로의 이직입니다. 최근 3년간 분양 물량이 아예 없으니…."
8년여 만에 부동산 분야를 다시 취재하게 됐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온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요즘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보이던 2000년대 초반과 천지 차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건설 · 부동산업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과의 통화는 '10년이 아닌 8년 만에 강산이 변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한 주택업체 임원은 "컴백을 축하한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2009년 이후 시공능력 평가 100위 내 기업 중 27곳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중견 주택업체들이 왜 몰락했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글로벌 금융위기,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회수,분양시장 침체 등의 악재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1년여 전 회사를 나온 한 주택업체 출신 임원은 "워크아웃과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퇴사했는데 아직도 퇴직금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견 주택업체들은 국내 주거문화 수준을 높여온 주역들이다. 4베이(전면에서 보이는 거실 · 방 4개)구조,발코니 확장,1층 정원 등은 '굿모닝힐(동문건설)''에버빌(현진건설)''하이빌(동일건설)' 등의 브랜드를 쓰는 중견업체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대형 건설회사에 밀리는 브랜드 인지도를 가격과 새로운 아파트 · 단지 설계 등으로 보완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분양 시장의 침체와 유동성 위기로 손과 발이 꽁꽁 묶이거나 퇴출당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워크아웃 중이지만 아파트를 분양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한 중견 건설업체의 임원은 "최근 들어 냉랭한 시각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신용위험등급 평가 등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수요자들이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는 설명이다. '주택 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아파트 부문을 특화해온 주택업체들이 사라지면 결과는 분명하다. 2~3년 이후 공급부족 심화는 물론 주거문화 업그레이드 퇴보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
8년여 만에 부동산 분야를 다시 취재하게 됐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온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요즘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보이던 2000년대 초반과 천지 차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건설 · 부동산업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과의 통화는 '10년이 아닌 8년 만에 강산이 변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한 주택업체 임원은 "컴백을 축하한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2009년 이후 시공능력 평가 100위 내 기업 중 27곳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중견 주택업체들이 왜 몰락했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글로벌 금융위기,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회수,분양시장 침체 등의 악재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1년여 전 회사를 나온 한 주택업체 출신 임원은 "워크아웃과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퇴사했는데 아직도 퇴직금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견 주택업체들은 국내 주거문화 수준을 높여온 주역들이다. 4베이(전면에서 보이는 거실 · 방 4개)구조,발코니 확장,1층 정원 등은 '굿모닝힐(동문건설)''에버빌(현진건설)''하이빌(동일건설)' 등의 브랜드를 쓰는 중견업체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대형 건설회사에 밀리는 브랜드 인지도를 가격과 새로운 아파트 · 단지 설계 등으로 보완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분양 시장의 침체와 유동성 위기로 손과 발이 꽁꽁 묶이거나 퇴출당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워크아웃 중이지만 아파트를 분양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한 중견 건설업체의 임원은 "최근 들어 냉랭한 시각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신용위험등급 평가 등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수요자들이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는 설명이다. '주택 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아파트 부문을 특화해온 주택업체들이 사라지면 결과는 분명하다. 2~3년 이후 공급부족 심화는 물론 주거문화 업그레이드 퇴보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