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둔화ㆍ물가 '고공' 불가피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2%,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소 2분기,유가 3분기 하락"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13일 '경제전망 수정' 브리핑에서 "구제역의 영향을 받는 축산물과 외식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0.4%포인트가 추가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은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분기 4.5%에서 2분기 4.0%,3분기 3.8%,4분기 3.4%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채소류 가격이 올해 2분기부터 상당 폭 하락할 것"이라며 "국제유가도 2분기를 정점으로 해서 3분기부터는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러나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연말로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농산물 등 공급부문의 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는 완화되겠지만 개인서비스 요금과 공산품 가격은 큰 폭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중동사태의 전개 과정과 파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달러 오르면 국내 물가상승률은 0.4%포인트 높아진다"며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돼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상승 · 하강 요인 균형"

이 국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바꾸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의 경기 회복세 강화 등 상승 요인과 유럽 재정위기,일본 대지진 등 하강 요인이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3.5% 증가하고 건설투자는 1.5%,설비투자는 6.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증가율은 종전 전망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낮아졌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저하돼 소비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경제 전망의 전제가 되는 세계 경제 성장률과 교역 증가율을 지난번보다 높게 잡았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4.0%에서 4.2%로 높였고,교역 증가율도 6.7%에서 7.0%로 상향조정했다. 원유 도입 단가는 지난번 전망 때보다 배럴당 18달러 높은 105달러로 잡았다.

고용 전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취업자 증가는 26만명으로 종전과 같았고 실업률은 3.6%로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