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이틀새 5.8% 급락했다. 고유가로 세계 경제 회복이 둔화돼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3.67달러(3.3%) 내린 배럴당 106.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여전히 올 들어 16.1% 오른 상태지만 지난달 30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3.06달러(2.5%) 하락한 배럴당 120.92달러로 내려갔다.

유가 하락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WTI 가격이 100달러를 넘으면 경기 회복이 어렵다"며 "이미 원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3%에서 최근 2.8%로 내려 잡고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상품시장의 큰손인 골드만삭스의 유가 하락 전망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수개월 내 105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투기 세력이 끌어올린 유가는 곧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석유 가격 강세가 신흥국 성장과 세계 경기 회복,중동 불안 등에 따른 중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에서 기인했던 만큼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 주요 기관에서 발표한 올해 석유 수요량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커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량이 하루 8794만배럴로 지난해 수요량인 하루 8655만배럴보다 139만배럴(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지난달 OPEC 12개 회원국 중 이라크를 제외한 국가들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적은 하루 2651만배럴이었다. IEA는 "수요를 감당하려면 OPEC의 하루 생산량이 2980만배럴은 돼야 한다"며 "연말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 재고량이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