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를 대표하는 이 두 기업은 모두 최고경영자(CEO)가 자기 반성의 목소리를 낸 뒤 구조조정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노키아 노조 관계자의 말을 인용,노키아가 이달 말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파트너십 체결 전에 연구 · 개발(R&D) 인력을 최대 6000명 해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키아 R&D 인력의 38%에 달하는 규모로 최근 20년 만에 최대 구조조정이다.

노키아의 구조조정은 최근 계속된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다. 노키아는 지난 2월 스티븐 엘롭 CEO가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에게 보내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노키아는 최근 시가총액에서 후발 경쟁사인 대만 HTC에게 덜미를 잡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조사결과 올해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심비안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임박하자 인텔,구글,삼성전자,스카이프 등은 노키아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전문업체 시스코도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스코는 12일 소형 비디오카메라인 플립 비디오 카메라 사업을 접고 이 사업 부문에서 일하던 550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시스코측은 "플립 비디오 사업처럼 소비자를 상대로 해 온 일부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을 중단하고 홈네트워킹 서비스와 가전용 디지털미디어솔루션(EOS) 등을 기업대상 사업(B2B)에 통합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스코가 B2C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한 것은 이 부문의 실적 부진 탓이다. 플립 비디오 사업부문은 시스코가 2009년 5억9000만달러에 퓨어디지털로부터 인수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를 비롯한 UCC 열풍으로 개인제작 비디오가 각광을 받자 시스코는 이 분야로 눈을 돌렸다. 시스코의 성공모델인 'M&A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시스코는 주력 사업을 네트워크에서 서버와 협업솔루션,셋톱박스 등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 전략을 구사해왔다. 1985년부터 2010년까지 인수한 기업이 100여개에 이른다.

시스코의 비디오 사업은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우리는 길을 잃었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시스코의 비디오카메라사업 중단은 사업 확장에 따른 실적 부진이 핵심 영역인 네트워크 사업의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시스코의 2010회계연도 2분기(2010년 10~12월) 순이익은 15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체임버스 CEO는 그동안 주력해온 네트워크 사업을 포함,협업솔루션 클라우드 등 6개 B2B 부문에서만 사업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