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떠미는 재정부, 떠밀린 지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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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관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기름값 대책을 발표한 지 1주일가량 흘렀다. TF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며칠 전 기자에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국내 석유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석유시장 경쟁 촉진에 필요한 대책을 제대로 내놨는데,언론이 "3개월간 허탕을 쳤다"고 평가절하해 내심 섭섭하다는 것이다. 그는 "(잘된 대책이라는 사실을) 앞으로 정책 효과로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TF에 참여한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과연 잘될까"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컨대 TF가 내놓은 대책 중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2000년 개설됐지만 참여업체가 적어 실패했고 석유제품 선물시장은 2008년 추진되다 무산됐다는 것이다. '실패한 재탕 정책'이 많다는 얘기다. 장기 검토 과제로 발표한 한국석유공사의 도매업 진출도 정유 4사 과점체제인 국내에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경부의 지적이다.
이런 대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TF 대책에 포함됐을까. 지경부 관계자는 "재정부가 넣자고 해서 넣긴 넣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지경부는 지난 1월 TF 출범 때부터 소극적이었다.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 뻔한데 굳이 총대를 메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 이후 TF가 꾸려지는 과정에선 "차라리 재정부가 TF를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기색을 내비칠 정도였다. TF 활동이 끝날 즈음에는 "처음부터 해답이 없는 문제를 건드렸다. 출구가 없다"는 '고해성사'까지 들렸다.
재정부 측도 지경부가 이런 분위기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석유가격 TF는 처음부터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 석유가격 주무부처가 등 떠밀려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면서 정유사의 가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책 효과로 보여주겠다"는 '등 떠민 쪽'의 장담이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하지만 TF에 참여한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과연 잘될까"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컨대 TF가 내놓은 대책 중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2000년 개설됐지만 참여업체가 적어 실패했고 석유제품 선물시장은 2008년 추진되다 무산됐다는 것이다. '실패한 재탕 정책'이 많다는 얘기다. 장기 검토 과제로 발표한 한국석유공사의 도매업 진출도 정유 4사 과점체제인 국내에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경부의 지적이다.
이런 대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TF 대책에 포함됐을까. 지경부 관계자는 "재정부가 넣자고 해서 넣긴 넣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지경부는 지난 1월 TF 출범 때부터 소극적이었다.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 뻔한데 굳이 총대를 메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 이후 TF가 꾸려지는 과정에선 "차라리 재정부가 TF를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기색을 내비칠 정도였다. TF 활동이 끝날 즈음에는 "처음부터 해답이 없는 문제를 건드렸다. 출구가 없다"는 '고해성사'까지 들렸다.
재정부 측도 지경부가 이런 분위기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석유가격 TF는 처음부터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 석유가격 주무부처가 등 떠밀려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면서 정유사의 가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책 효과로 보여주겠다"는 '등 떠민 쪽'의 장담이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