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종합금융사들이 무분별한 기업어음(CP) 중개로 일반 법인과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부토건이 발행한 CP 중 일정 부분은 계열사가 인수,편법 지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달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총 727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이 중 지난달 7일 발행한 121억원은 기업 간 상거래를 하고 대금 결제를 위해 발행되는 진성어음으로 자금 조달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606억원은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어음이다. 지난달 10일 196억원을 비롯해 15일 300억원,16일 30억원,17일 20억원,25일 60억원 등이다. 지난달 15일에 발행된 CP는 189일물이고 나머지는 모두 91~94일물이다.

지난달 15일 연 6%대로 발행된 CP 300억원은 금호종금이 판매했으며 나머지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인수 즉시 증권사와 은행 등에 넘겼다.

금호종금은 이를 일반법인 한 곳에 전액 판매했다. 메리츠종금증권으로터 60억원의 CP를 인수한 대우증권도 특정 법인 고객에 즉시 넘겼으며 우리투자증권은 50억원 규모의 CP를 일반법인과 금융회사 등 두 곳에 판매했다. 시장에는 KTB투자증권도 삼부토건 CP 30억원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도 다른 증권사를 통해 기관과 개인에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300억원 이상은 삼부토건의 계열사가 인수한 것으로 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금융회사는 통상 CP 신용등급이 A2 이상일 경우는 인수 후 보유하기도 하지만 그 이하는 신용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단순 중개만 하고 수수료를 챙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정보 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 월)로 인해 투자은행(IB) 쪽에서 발행 · 중개한 CP를 사내 신탁 쪽에 넘길 수 없어 대부분 다른 증권사를 통해서 넘겨받아 특정금전신탁 형식으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은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무관하게 중개수수료만 20bp(1bp=0.01%)가량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고금리를 미끼로 무분별하게 CP 판매에 나서 개인은 물론 일반 법인들조차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며 "신협과 저축은행을 비롯한 소비자금융업체들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편이어서 정상적인 경우 취급을 하지 않지만 특정 고객의 요청에 따라 중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