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은 지난해 내내 한솔건설 문제로 고심을 거듭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한솔제지 등 계열사들은 2009년 하반기부터 1년간 한솔건설 자금난 해소를 위해 14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원할지 여부를 끊임없이 검토했다.

한솔제지 이사회가 한솔건설 문제를 토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증자와 자금 대여 등으로 한솔건설에 14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사외이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한솔제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솔건설은 PF 대출만 1500억원,일반 대출도 1000억원을 쓰고 있었다.

한솔제지와 한솔건설은 5월 이후부터 채권단과 본격 협의에 나섰다. 우선 대출 만기 연장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일반 여신의 만기 연장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한솔그룹은 다음으로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고려했다. 당시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적용되고 있었던 만큼 채권단이 지원해 준다면 한솔건설이 회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워크아웃에 반대했다.

한솔그룹은 작년 12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자회사의 부실이 모기업으로 전이될 경우 한솔제지가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제기된 게 결정타였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은행과도 충분히 협의했기 때문에 금융권과의 관계는 전혀 문제없다"고 밝혔다. 한솔건설은 오는 29일 금융회사 등이 참여하는 1차 관계인집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존속가치와 청산가치가 발표돼 회생작업 여부가 결정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