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기여한 공을 알면) 대통령이 나한테 상을 줄겁니다. "

국세청으로부터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권혁 시도해운 회장(61 · 사진)은 국세청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왜 추징당한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국세청의 일부 중간 간부들의 출세욕 때문"이라며 "어차피 추징세를 못 받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3~4년 후에 판결날 때까지 실적으로 잡히니까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13일 계열사인 유도해운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다른 기자들도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감이 가득했다. 시도해운 측은 법무법인 김&장의 조세전문 변호사를 이미 변호인으로 선임,국세청과 일전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왜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홍콩에 본사를 둘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한국에서 개인이 배를 직접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국적 선사들이야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개인이 수억달러를 빌리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때마침 일본에서 돈 대주겠다는 얘기가 있어 건너갔다. "

일본을 떠나면서 한국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한국은 세금 폭탄을 매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배 한 척을 등록하면 평가 가치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미치지 않고서야 한국에서 사업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만 해도 배를 팔고 2년 내에 다시 사면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데 한국에는 이런 배려가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국세청의 세금 추징으로 자신의 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4101억원의 세금을 모두 내면 배를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시도해운은 한국계 해운사로는 유일한 자동차 운송 전문회사"라며 "(우리가 사라지면) 현대자동차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자동차 운송 해운사는 일본과 유럽에 3개씩 있다. 권 회장은 "현대차는 유코카캐리어스라는 유럽계 회사와 제휴해 연간 수출 물량의 70%를 수송하고,나머지를 글로비스를 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과 관련해선 "전 세계 모든 해운사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은 국적 해운사로 벌어들인 돈을 세금으로 내니까 문제 삼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국내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2005년 이후 60여척 3조7500억원어치를 한국에서 발주했다"는 것이다. 그는 "유력 조선업체 인사들과 매년 3번 정도 정기적으로 골프도 친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