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해 '수시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에 대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적격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적격성 요건 충족요구→보유지분 강제매각 명령→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27일 결론낼 듯

13일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7일 열릴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법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시 적격성 판단은 미루는 대신 법률적으로 별건인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를 다음달에 먼저 논의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금융위가 먼저 다룰 안건은 론스타의 수시 적격성 여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론스타의 수시 적격성에 대한 결론을 4월 중 내려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16일 전체회의에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6개월마다 따지는 '정기 적격성'엔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수시 적격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용요건'이 충족됐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해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외부의 법무법인 다수와 내부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했고,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당국의 선택은

당국의 선택은 두 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수시 적격성 판단을 또 미루는 경우가 첫 번째다. 대법원이 2003년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 · 합병하면서 허위감자설을 유포해 외환카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렸던 사건과 관련,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낸 만큼 최종 판단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경우 금융당국이 또 책임을 미뤘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당국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시 적격성 판단을 법원 판결 때까지 유보하더라도 자회사 편입승인까지 미루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당국의 선택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 경우를 상정한 법리검토에 더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심 법원에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로 결론내릴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인 만큼 수시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가 양벌규정을 들어 위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금융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에 대해서는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있긴 하나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합헌이라는 판결도 적지 않다"며 "론스타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합헌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수시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리면 론스타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은행법 규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당국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 중 10% 초과분에 대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27일 수시 적격성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은 일정기간 시차를 두고 승인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