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지 2개월 된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는 최근 G마켓에서 5900원에 팔렸다. 새 책이지만 정가(1만5000원)보다 60% 할인된 가격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인터넷교보문고에서는 각각 1만2000원(20% 할인)과 1만1850원(21% 할인)에 판매됐다.

소비자와 소규모 판매자의 온라인 거래시장인 오픈마켓이 '신간도서 오늘만 반값''딱 3일 특가' 등의 제목을 달고 최대 60%까지 할인한 3000~5000원대 책들을 쏟아내자 경쟁자인 인터넷 서점들도 자체 할인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가 오픈마켓에 진출하면 가격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끼상품 전락…책도 '통큰 치킨'?

일부 출판사도 도서 염가 판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A출판사 본부장은 "창고에 쌓아두느니 마진폭을 줄여서라도 파는 게 낫겠다 싶어 재고를 내놨는데 대형 쇼핑몰에서 반응이 좋아 결국 염가 판매용으로 1만2000부를 새로 찍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규모 출판사 관계자도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당장 현금이 들어오니까 저가에 내놓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정가의 60~65%에 책을 납품한다. 하지만 정가의 40~50%에 팔리는 책도 많다. 출판사들이 납품가를 더 낮췄거나 인터넷 유통업체가 역마진을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다.

G마켓의 박주범 홍보팀장은 "'통큰 치킨'과 비슷한 개념의 모객용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책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는 대신 쇼핑객이 다른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한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할인도서 중 자녀교육서나 어린이 책,인테리어 서적,요리책 등 주부와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상품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납품가 인하 압력에 良書 밀려나

출판문화산업진흥법과 이 법률의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인터넷 서점은 정가의 10% 이내에서 할인판매할 수 있다. 여기에 10%까지 포인트를 적립해 줄 수 있다. 출간된 지 18개월 이상 된 구간(舊刊)과 신간이라도 실용도서와 학습도서 등은 예외다. 한 출판사 대표는 "단행본 낱권 도서는 교양도서이지만 세트로 묶을 때 실용도서로 국제표준자료번호(ISBN) 부가기호를 변경하면 얼마든지 할인폭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로서는 이 같은 할인 경쟁 때문에 최저가에 책을 살 수 있어 반긴다. 그러나 출판계와 유통업계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430여개 출판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출판인회의는 올해 초 8개 서점과 '출판유통 건전화를 위한 사회협약'을 마련하고 직접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 등을 포함한 구간의 총 할인폭을 30% 이하로 정해 자율규제에 나섰지만 G마켓 등이 불참한데다 공정위의 담합 판정에 따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인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덩치 큰 인터넷 유통사들의 지나친 도서 할인 판매는 결국 납품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지고 좋은 신간을 만드는 토양과 유통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