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중인 이영필 잘만테크 대표가 회사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 신주를 매입하는 등 안감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행방이 묘연해 경영권 수성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잘만테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이영필 대표를 상대로 신주 68만9655주를 발행하는 9억9600만원 규모의 제 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이 대표는 잘만테크 지분 6.1%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이 대표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그는 최근 잘만테크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잔금을 받지 못하고 주식만 편취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명 주식을 포함해 총 321만1960주(30.59%)를 150억원에 매각키로 했는데, 계약금 45억원만 넘어온 상태에서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된 잔금 일부와 지분 전부가 도난됐다는 것.

이에 따라 경영권 매각 계약은 무효이며, 매각 대상이 된 지분도 자신의 것이라고 이 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당장 보유지분이 없는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지분 편취를 인정받으려면 경찰에 주권 분실신고를 한 뒤 예탁결제원 등 대행기관에 사고 신고를 해야 한다. 또 3개월 간 이의 신청을 받는 공시최고 기간을 거쳐 법원으로부터 선의의 투자자가 대상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는 제권판결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재발행 주식까지 받으려면 약 5~6개월은 걸린다.

그 사이 제 3자가 지분을 대거 확보한 뒤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경영진을 선임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도 바로 이 점을 우려해 부랴부랴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증자와 함께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검찰에서 이번 경영권 매각 계약의 매수인 측 일부 인사를 내사 중이어서 만약 혐의가 입증되면 이 대표쪽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만테크 관계자는 "도난된 이 대표의 지분이 어디로 갔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장내에서 전량 처분됐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이번 계약건으로 손해를 많이 보고 있으나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정상화 하기로 결정한 만큼 믿고 일단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