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못한 것을 우리는 만든다. "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에스엠코리아(김상일 대표 · 사진)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직원 25명이 지난해 58억원의 매출을 올린 소기업이지만 자동차 부품의 정밀가공에 필요한 공작기계를 국산화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의 98%가량은 국산화됐지만 정작 기반 산업이라고 할 부품 공작기계는 아직도 일본 독일 등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자동차 엔진 등의 부품을 세척하는 후공정장비인 고압세척기를 국산화하면서 에스엠코리아는 단번에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대당 5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장비인 고압세척기 13대를 베이징현대자동차에 납품하기로 하는 등 최근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2배가량의 외형 성장도 거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공작기계 수입상으로 출발했다. 외환위기로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팀장이던 김상일 대표가 직원 5명과 함께 세운 회사가 에스엠코리아의 모태가 된 건일산업이다. 고압기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스기노머신,공작기계부품 업체인 마쓰모토기계공업 등 4개 일본 업체의 한국 총대리점 역할을 하는 알짜회사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늘 제조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수입상을 하면서 국내에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국내 부품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한단계 더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고 했다. 남의 회사 제품만 팔 게 아니라 세계적인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팔아보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았다. 수입 판매상이면서도 애프터서비스(AS)에 힘을 쏟은 덕분에 고객사들의 신뢰를 쌓은 것도 밑천이 됐다.

김 대표는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느냐"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2007년 제조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 지원 덕분이었다. 그는 "중진공에서 공장 매입자금 12억원을 지원받아 파주 공장을 마련한 것이 첫걸음이었다"며 "스기노머신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고압세척기 국산화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이전을 받기까지 여정은 험난했다. 김 대표는 "20여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스기노머신이었지만 당시 한국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모방한 탓에 기술이전을 꺼렸다"며 "스기노 다카라 사장을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허락을 얻어냈다"고 회고했다.

이 회사는 마쓰모토기계공업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부품을 고정시키는 선반 역할을 하는 장비인 NC로터리테이블을 국산화했다.

이를 계기로 제조업 관련 매출이 전무했던 2006년 19억원에서 작년 58억원으로 매출이 3배가량 급성장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제2공장을 완공하는 등 증설작업도 마무리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