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국내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주도주(株)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국 NYMEX(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0.81% 오른 107.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만에 반등했지만 이틀간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유가 흐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과 유사하다"면서도 "당분간 급등락을 반복할 여지가 크지만 여러 여건을 비교하면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더 빠르게 유가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강세 요인 중 원유 생산지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요인인 나이지리아 대선 불안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유가가 2008년보다 느리고 낮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경제 전망치 하향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골드만삭스 유가 하락 관측의 영향을 받아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4∼2008년 유가 급등 국면에서 원유 발굴을 위한 신규 투자가 많이 이뤄지면서 국제 원유시장이 구조적인 공급 우위 상황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을 거친 후 긍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제 유가 상승이 자원 수입국이 대부분인 신흥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흥국 아시아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 유가"라며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고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단기 유가 하락 압력이 강화되면 국내증시 주도업종이 변할 수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실제 관련업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심리상 그동안 가격 부담이 커진 업종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유가 하락이 주도주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면서 "지난달 15일 이후 주도주인 에너지, 화학, 자동차, 철강, 조선업종 가운데 유가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나빠질 수 있는 업종은 에너지와 조선"이라고 밝혔다.

고유가는 통상 정제마진 강세 및 원·달러 환율 반등 요인이기 때문에 유가 급등이 진정된다면 정유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주 강세를 뒷받침한 근거가 유가 급등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주 등이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할 경우 관련 투자심리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가 하락이 달러 강세와 같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같은 흐름은 IT(정보기술)업종에 긍정적 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