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2008년 최중경 vs 2011년 최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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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기획재정부 1차관이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 급등을 초래했다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그를 따르던 후배 공무원들이 최 장관을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
얼마 전 만난 재정부의 모 국장이 최 장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최 장관은 당시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으로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다가 물가 급등을 초래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그의 눈물에는 국가 경제를 위한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녹아 있었다. 필리핀 대사로 떠나는 그의 등 뒤로 많은 직원들이 허탈해했다고 한다.
전문 관료로서 강한 자부심과 그에 걸맞은 식견,행정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기에 주변의 아쉬움이 더 컸다. 고환율 정책이 대중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포퓰리즘과 정치권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던 소신은 오랫동안 관가에서 회자됐다.
하지만 지경부 장관 자리를 맡고 나서는 예전의 일관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예컨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에 대해 "지극히 비생산적"(3월16일)→"구체적 실행방법을 논의할 것"(3월22일)→"실행이 어렵다"(4월12일)로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에 그가 생각하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 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선 대기업 임원들을 '기업관료'로 칭했다. "단기 성과에 눈이 어두워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는 비난도 곁들였다. 현직 장관이 기업 임원들을 '관료'로 표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터에,그런 임원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최 장관이 고환율 정책을 폈을 당시 많은 기업인들은 그의 소신에 박수를 보냈다"며 "하지만 오늘 그의 입에서 '관료'니 '해고'니 하는 단어를 듣는 순간 최 장관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에 관해 소신을 지키던 '최중경'과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리는 듯한 '최중경'사이의 괴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연인 '최중경'은 장관 '최중경'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얼마 전 만난 재정부의 모 국장이 최 장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최 장관은 당시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으로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다가 물가 급등을 초래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그의 눈물에는 국가 경제를 위한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녹아 있었다. 필리핀 대사로 떠나는 그의 등 뒤로 많은 직원들이 허탈해했다고 한다.
전문 관료로서 강한 자부심과 그에 걸맞은 식견,행정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기에 주변의 아쉬움이 더 컸다. 고환율 정책이 대중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포퓰리즘과 정치권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던 소신은 오랫동안 관가에서 회자됐다.
하지만 지경부 장관 자리를 맡고 나서는 예전의 일관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예컨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에 대해 "지극히 비생산적"(3월16일)→"구체적 실행방법을 논의할 것"(3월22일)→"실행이 어렵다"(4월12일)로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에 그가 생각하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 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선 대기업 임원들을 '기업관료'로 칭했다. "단기 성과에 눈이 어두워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는 비난도 곁들였다. 현직 장관이 기업 임원들을 '관료'로 표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터에,그런 임원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최 장관이 고환율 정책을 폈을 당시 많은 기업인들은 그의 소신에 박수를 보냈다"며 "하지만 오늘 그의 입에서 '관료'니 '해고'니 하는 단어를 듣는 순간 최 장관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에 관해 소신을 지키던 '최중경'과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리는 듯한 '최중경'사이의 괴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연인 '최중경'은 장관 '최중경'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