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드는 量보다 質로 승부, 고객 늘리려 '엔트리 제품' 안 만든다"
"까르띠에나 불가리와 다른 점요? 음….일단 생산량이 다르죠.우리는 그렇게 많이 만들지 않습니다. 쇼파드는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아는 소수를 위한 브랜드거든요. " 스위스 바젤에서 최근 열린 '바젤 시계박람회'에서 만난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 쇼파드 회장(53 · 사진)은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쇼파드만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쇼파드는 量보다 質로 승부, 고객 늘리려 '엔트리 제품' 안 만든다"
쇼파드는 151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산(産) 명품 보석 · 시계 브랜드.보석 부문에선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반클리프아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시계에서도 최고급 명품 대우를 받는다. 쇼파드처럼 보석과 시계 두 분야에서 모두 '톱 클래스'로 인정받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감각적인 디자인뿐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이후 스위스 언론과 시계상들이 뽑는 '올해의 시계상'을 두 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쇼파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쟁 브랜드들이 고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엔트리 제품'을 대거 내놓는 것과 달리 고가 제품 위주로 승부한다는 것.가장 저렴한 반지도 200만원에 이르며,남성시계의 경우 엔트리 제품도 700만원이 넘는다. 전 세계 60여개국에 1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국내엔 작년 5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1호점을 냈다. 장동건 · 고소영 커플의 예물반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슈펠레 회장은 "쇼파드는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브랜드"라며 "단순히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엔트리 제품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쇼파드는 (다른 명품 브랜드처럼)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에 지배되는 브랜드가 아니다"며 "대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잇따른 인수 · 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시계 · 보석 업계가 리치몬트그룹,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스와치그룹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쇼파드는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63년 독일에서 시계 관련 사업을 하던 칼 슈펠레 씨가 인수했으며,지금은 장남인 슈펠레 회장이 시계 사업을,장녀인 캐롤라인 그루쉬 슈펠레 회장이 보석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슈펠레 회장은 '대기업에 쇼파드를 매각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쇼파드는 스위스 플뢰르,메른과 독일 포르츠하임 등 세 곳에 공장을 두고 무브먼트(동력장치)를 비롯해 고급 기계식 시계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거대 그룹과 맞설 수 있는 역량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만큼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시장에 대해선 "성장 여력이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라며 "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쇼파드가 얼마나 힘 있는 브랜드인지 보여줄 계획"이라며 "조만간 한국에 두 번째 부티크를 내는 등 순차적으로 매장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슈펠레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기계식 시계(태엽을 감거나 손목의 움직임으로 동력을 얻는 시계)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2년 전에 나온 휴대폰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사람 봤어요? 디지털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죠.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오래될수록 그 가치가 커집니다. 배터리를 넣을 필요 없이 동력을 자연에서 얻으니 환경에도 좋고….한동안 잊혀졌던 이런 기계식 시계의 매력에 사람들이 다시금 빠져들기 시작한 것 아닐까요. "

바젤(스위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