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를 만든 세계 영화계의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한마디에 국내 전자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3D TV 기술을 놓고 삼성전자LG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캐머런 감독이 "LG전자 방식이 더 낫다"고 편든 것.

전미가전협회(CEA)에서 발행하는 잡지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데일리'는 14일 캐머런 감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송장비전시회 NAB쇼 기조연설에서 "액티브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캐머런 감독이 "대형 패시브 3D TV가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다음 세대 3D TV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액티브 셔터글라스 방식은 삼성전자,패시브(편광안경) 방식은 LG전자가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다. 두 회사는 올해 초부터 '우리 방식이 낫다'고 치열한 홍보전을 펼쳐왔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모 임원이 LG 측 엔지니어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소송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캐머런 감독의 발언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캐머런 감독의 말이 갖는 무게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캐머런 감독과 2년 넘게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삼성전자는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캐머런 감독은 작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3D TV 론칭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10월엔 3D 뮤직비디오를 공동 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캐머런 감독이 액티브 안경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우려한 것 같은데 이미 가격을 최소 50달러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액티브 방식이 풀HD급 고화질 영상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더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LG전자는 '생각지 못한 호재를 맞았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LG전자 관계자는 "캐머런 감독은 삼성전자의 오랜 우군이었는데,전문가 입장에서 편광안경 방식의 3D 기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