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일인 14일 예상대로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쏟아졌지만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외국인이 개별 종목 위주로 프로그램 매도 규모를 넘어서는 매수세를 보인 데다 랩어카운트로 추정되는 개인의 '사자' 주문이 대거 유입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차익거래로 한국 증시 전반을 사던 외국인이 종목 중심으로 전략을 변경함에 따라 어닝시즌 동안에도 종목별 차별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그램 역풍 뚫고 사상 최고치 돌파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 초반부터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에 눌려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마감을 1시간여 앞두고 상승 반전한 뒤 오름폭을 늘려 결국 19.14포인트(0.90%) 상승한 2141.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기록한 전 고점(2130.43)을 넘어 7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지수 반등에 힘을 보탰다. 오후 2시께 7700억원까지 늘었던 프로그램 매물은 마감 동시호가에만 2200억원이 줄어 4278억원 '팔자' 우위로 마감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현 · 선물 간 가격 차)가 하락하자 단기 수익을 노린 국내 기관이 차익거래(주식 매도 · 선물 매수)를 이용해 주식을 팔았다가 막판 되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9529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매도는 차익거래 과정에서 사들였던 옵션을 만기 때 선물로 다시 갈아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 뒤 "외국인이 프로그램을 통해 1500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주식을 1000억원 이상 사들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랩계좌를 통한 개인 매수세도 지수 상승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개인은 이날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1257억원을 매도했지만 1265억원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돼 사실상 2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재정비"

국내 증시가 프로그램 매도에도 이틀 연속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개별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비차익거래로 국내 주식을 샀던 외국인이 지난 11일 이후 매도 우위로 돌아섰지만 주식 매도 규모는 이보다 훨씬 작다"며 "이는 곧 외국인이 개별 종목을 사들이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LG화학(550억원) 포스코(366억원) 하이닉스(348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그 덕에 LG화학은 4.19% 급등한 49만75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하이닉스도 3만3750원으로 4% 넘게 뜀박질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매수세는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일부 대형주에만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옵션만기일을 무난히 넘긴 증시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종목별 차별화는 한층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닝시즌 동안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지 않으면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수급에 좌우되는 장이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여부에 따라 종목 주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