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中古) 동파이프 및 구리선 등을 일컫는 동스크랩 유통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고점이었던 지난 2월 중순과 비교하면 11% 이상 떨어졌다. 원화 환율 하락,국제 전기동 가격의 약보합세,조달청의 전기동 공급가 할인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JS전선 청우테크 등 구리선 및 동파이프 업체들이 제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중고 비철금속 유통상들로부터 사들이는 국내 동스크랩 가격은 서울 · 수도권에서 최근 한 달 새 2.5%가량 하락했다. 올 최고치를 보였던 2개월 전에 비해선 11.8% 급락했다.

전력선 교체 등의 과정에서 나오는 A급 동스크랩인 '밀베리' 제품은 지난 2월15일 t당 1128만원(부가가치세 제외)에서 한 달 뒤 1020만원 선으로 떨어진 뒤 이날 995만원으로 내렸다. 아파트 등의 철거 과정에서 수거되는 B급 제품인 'T버치'도 2월 중순 t당 1000만원을 돌파,같은 달 15일 1058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 달 전 950만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925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동스크랩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원화 환율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철금속 업계는 분석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비철금속 유통상 관계자는 "국내 동스크랩 가격은 조달청이 국내 중소기업에 공급하기 위해 매일 책정하는 전기동 가격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원화 환율이 내려가면서 조달청 판매가격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86원80전으로 최근 한 달 새 3.8% 내렸다.

국제 전기동 가격이 일본의 대지진 이후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동스크랩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유다. 전기동은 2월14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1만124달러(3개월물)로 고점을 찍은 뒤 약세를 보이기 시작해 이달 13일 9647달러로 밀렸다. 조달청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기동 가격을 2% 내려 공급하고 있는 것도 동스크랩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향후 동스크랩 가격 상승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국제 전기동 가격이 전 고점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으로 전환한 데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전기동 실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통상 3월부터는 산업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동 가격도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골드만삭스가 원자재 가격이 부담스런 수준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실물 수요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다시 t당 1만달러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LME 재고물량도 작년 말 37만7550t에서 지금은 44만9925t으로 늘어났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