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기업 관료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발언해 반발을 사고 있다. 최틀러로까지 불리는 사람이 기업 관료를 운운한 것 자체가 우선 민망하다. 납품가격을 낮추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다. 열심히 일하는 이런 임직원을 해고하라니 어이가 없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핀잔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소유경영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줄곧 추구해왔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부감사 의무화,사외이사 확대,이사회 권한 강화 등을 채근해왔던 것도 정부다. 최근엔 전체 상장사에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우리는 물론 여기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 기업 관료 키우기에 몰입해왔던 정부가 졸지에 이들을 해고하라고 목청을 돋우는 것은 실로 자가당착이다.

우리는 대기업 내부의 관료주의를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전문경영인이라는 존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너의 위세를 업고 거들먹거리기만 한다"고 비판했던 사람도 애덤 스미스였다. 이미 18세기 남해회사 버블 등을 지켜보면서 '주인 대리인' 문제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대리인 문제는 오늘날 미국의 엔론사태 등에서 보듯이 거대기업이 항용 빠지는 심각한 딜레마의 하나다. 최 장관은 바로 여기에서 전적으로 헛다리를 짚고 있다. 대리인 문제의 본질은 정보비대칭에 기대어 자신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지, 열심히 원가를 관리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한국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업 관료주의의 문제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부패와 뇌물 등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임직원도 존재한다. 그러나 '후려친다'고 말하는 납품가격 문제가 이런 관점에 기반해 엄포를 통해 해결될 수는 없다. 최 장관의 애국심을 의심할 수 없듯이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충직 의무를 의심해서도 안된다. 장관이라고 아무나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