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이 전격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견 건설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의 유통시장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들 회사의 CP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완전 두절됐다. 일부 건설사는 만기가 돌아온 CP를 차환(롤오버)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4일 "신용등급이 A3 미만인 중견 건설사들의 CP 거래는 작년 말 이후 한산해지기 시작했다"며 "LIG건설과 삼부토건 사태 이후에는 거래가 완전 두절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A3 이상인 투자 적격 중견 건설사들이 발행하는 CP를 인수하려는 기관도 자취를 감춰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행시장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회사채나 CP 발행이 힘든 상황이다. 반면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6~7개의 초우량 건설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나 CP는 투자자들의 선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발행이 원활한 편이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LIG건설처럼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그룹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연 8%대의 고금리로 CP를 발행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초우량 건설사들은 CP를 발행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견 건설사들은 CP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건설사들의 CP 발행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CP보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회사채 발행은 더 어렵다. 지난 3월 이후 BBB+급 이하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 실적은 쌍용건설(BBB+)과 동부건설(BBB) 등 2건에 불과했다.

신용등급 BBB인 코오롱건설은 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분을 갚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자 지난 13일로 예정돼 있던 발행을 연기했다. 코오롱건설은 산업은행이 주관사로 나선 끝에 가까스로 오는 19일 발행을 확정할 수 있었다.

반면 3년짜리 기준으로 신용등급이 A0 이상인 우량 건설사들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물량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롯데건설은 최근 3년 만기 회사채 3500억원을 연 5.2%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건설은 당초 3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투자를 원하는 증권사들이 몰리면서 50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