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주식시장이 꾸준히 올랐지만 증권사들은 큰 채권 평가손을 입어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냈다.

3월 결산 법인인 대신 동양종금 한화 등 주요 증권사들은 14일 일제히 수익이 급감한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실적을 공시했다. 주가가 상승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평가이익이 줄어든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2010 회계연도 매출이 4조1883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8.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48억원에 그치며 51.0% 감소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채권평가이익이 급감한 게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수가 올랐지만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인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지지부진했던 점도 기대에 못 미친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매출 증가는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 운용에 따른 헤지 매매가 증가한 덕분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화증권도 영업이익이 473억원으로 48.0%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축소됐고 채권 부문의 평가손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종금증권 역시 매출은 77.5%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어 감소율이 95.1%에 달했다.

상당수 중소형사들도 이익이 급감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56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연초에 터진 코스피200지수선물 주문 실수로 268억원의 예기치 않은 손실을 입은 여파가 컸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부실 채권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탓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 전환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익이 늘었다. 현대증권은 특별이익 덕분에 순이익이 2913억원으로 62.9% 급증했다. 하이닉스에 대한 구상권 소송 1심에서 승소해 1607억원의 특별이익이 발생한 때문이다. 동부 키움 이트레이드 HMC투자 부국증권 등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늘었다. 키움증권 측은 "채권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서 선전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2010 회계연도 실적 발표는 오는 19일 삼성증권을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