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높은 수익을 올렸던 채권형펀드가 올 들어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잦아들고 있는데다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채권값이 떨어지고(채권 금리는 상승) 있어서다.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선 채권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채권형펀드 수익률 부진

채권형펀드는 지난 5년간 연평균 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채권형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1분기까지 0.75%의 수익을 내는 데 그치고 있어 이전과 비교해 성과가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면서 채권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2008년에는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연 8.57%에 달했다. 최근 성과는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처럼 느껴진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구간에서는 대체로 채권형펀드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 역으로 주식시장의 성과가 좋지 못했던 구간에서는 채권형펀드의 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주식과 채권이 각각 경쟁관계에 있는 자산이며,위험자산 선호 여부에 따라 등락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06년과 2007년 국내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4.90%와 3.55%에 그쳤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2008년에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8%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증가하면서 주요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한 상태다.



◆금리인상 땐 채권매력↓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한 직접적인 원인은 채권가격을 결정짓는 금리 흐름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즉 연초 이후 시중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금리가 상승하면 금리 움직임과 역의 관계를 보이는 채권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 40bp(1bp=0.01%포인트)나 상승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같은 기간 7bp 올랐고,크레디트(신용) 채권인 회사채(무보증 AA- 기준) 금리 역시 29bp 상승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크게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행했던 유동성 공급 조치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채권은 안전자산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안정형 상품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이로 인해 채권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식이 꾸준히 상승기조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자산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고,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소요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일시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증가해 금리가 하락하기도 했다. 장기채권의 대표격인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연초 이후 한때 30bp 이상 상승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연초보다 3bp 하락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금리하락은 기조적이고 구조적이라기보다 단순한 이벤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급락했던 시중금리는 이후 대지진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최근 금리의 변동성을 높였던 일본 대지진이나 주요 산유국들의 소요 사태는 일시적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 충격을 준 이후 점차 영향력이 감소하는 이벤트성 성격이 짙은 것들이다.

◆채권값 하락 지속될 듯

이에 따라 향후 시중금리는 탄탄한 경기지표들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상승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기 펀더멘털을 반영해 이머징(신흥국)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최근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어난 주요 이벤트들이 현재보다 상태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민감도를 높일 경우 채권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차 이들 이벤트가 아닌 경기 지표나 기업이익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의 수위가 다시 높아졌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본격화되는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그만큼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사그라들었다는 의미다.

잇따른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상승해 경기 회복세가 유효할 것이라는 신뢰감이 증대되고 있다. 시중금리의 추가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대비 안전자산인 채권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는 등 글로벌 긴축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 역시 채권시장엔 부정적인 뉴스다.

이처럼 금리가 올해 내내 기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 전체적으로는 채권형펀드에 대한 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전에 비해 채권형펀드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고,금리에 민감한 장기물보다는 만기가 짧은 단기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펀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개별 채권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에 대한 헤지가 가능한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책임연구원 seodp@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