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는 세태와 대중의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30년간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의 특징은 무엇일까.

출판비평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1981년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을 집계해온 교보문고의 자료를 분석한 책 《베스트셀러 30년》(교보문고 펴냄)을 출간했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2000년대로 시대를 구분하고 연도별 베스트셀러 10권씩을 분석하며 10년 단위의 한국사회 트렌드를 짚어냈다.

그에 따르면 1980~89년에는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와 《황토》,이해인의 《민들레의 영토》 등 시와 함께 정치성을 띤 역사소설이 큰 인기를 얻었다.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박종화의 《삼국지》,김팔봉의 《초한지》,김용의 《영웅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는 광주항쟁을 기점으로 민주화에 대한 갈망과 현실 극복 의지가 문학을 통해 은유적으로 발현됐다는 것이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서정윤의 《홀로서기》 등 개인의 결핍을 노래한 서정시도 유행했고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 이문열의 소설 또한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는 국가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개인도 성취와 좌절을 경험한 시기.이념지향적인 책들이 급격히 퇴조하고 경제서와 과학서 등이 전면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성공'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관심을 끌었지만 후반에는 외환위기의 회오리 속에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오체 불만족》 등 불안한 심리를 위로하는 책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PC통신에서 활동한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명상서적을 소개한 류시화의 인기가 높았으며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등 여성 트로이카가 맹위를 떨치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개인주의와 글로벌리즘이 사회 전체로 확대됐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의 정체성이 국가나 민족 개념보다 중시되면서 《연금술사》 《선물》 《시크릿》 등 내면의 목소리와 힘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지나친 개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가족이나 타인과의 소통을 강조한 《엄마를 부탁해》 《아버지》 《가시고기》가 주목을 받았고 법정 스님의 저서도 화제를 모았다.

《해리포터》시리즈와 《다빈치 코드》 《상실의 시대》 등 지구촌 베스트셀러가 국내에서 주목받은 것도 특징이다.

경영전략서로는 최초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블루오션 전략》과 토익 · 토플 학습서 등 영어 교재가 유독 많이 팔린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