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서울막걸리'가 타격을 입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더 잘되고 있어요. 일본 산토리사의 한 달 주문량이 400만캔에서 500만캔으로 늘었습니다. "

'막걸리 대부'로 통하는 이동수 서울탁주제조협회 회장(74 · 사진)은 17일 "지난달 일본 주류시장에 데뷔한 서울막걸리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500만캔은 대단한 숫자"라며 "24개들이 상자로 계산하면 20만상자(8.4ℓ기준),금액으로 치면 약 2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진로의 올 1~3월 일본 수출량은 42만상자였다.

서울막걸리는 생(生)막걸리 '장수' 및 살균 막걸리 '월매'를 만드는 서울탁주와 롯데주류,일본 2위 주류회사인 산토리가 합작해 탄생시킨 일본 수출용 브랜드.서울탁주는 지난해 11월 롯데주류와 일본 산토리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 회장은 "산토리 측에서 매실주에 꿀을 타먹을 정도로 단맛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좀 더 '스위트'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3개월간 연구 끝에 알코올 도수와 탄소주입량은 '월매'와 같지만 당도를 높여 씁쓸한 뒷맛을 없앤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토리에서 이 제품에 '산토리 상표를 달고 팔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막걸리는 대한민국 술인데 그럴 순 없다'고 했다"며 "'장수' '월매'와 똑같은 '서울' 상표를 달고 일본에서 판매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막걸리는 1000㎖ 페트병 제품이 올 1월 말부터 음식점용으로 일본에 첫 수출된 데 이어 지난달 22일 355㎖ 캔 제품이 일본 5만여개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깔렸다. 같은 날 한류스타인 배우 장근석이 캔제품을 흔들면서 마시는 CF가 일본 전역에서 첫 방송을 탔다. 이 회장은 "대지진으로 출시일과 CF방송날짜를 미루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산토리에서 원래 일정대로 밀어붙였다"며 "당초 목표치 이상으로 빠르게 팔려나가자 산토리에서 이달부터 월 주문량을 100만캔 더 늘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의 단맛과 곡주라는 특성이 일본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고 CF효과도 본 것 같다"며 "산토리는 제품 CF를 월 300번가량 내보내는 등 맥주시장까지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막걸리의 올 수출 목표는 150억원.서울탁주는 일본 판매가 계속 호조를 보이면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탁주 매출(1800억원)의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회장은 "대기업인 롯데주류와 제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시장이 커졌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직접 뛰어들어 영세한 중소업체들을 힘들게 할 게 아니라 기존 업체들의 해외 판로를 넓혀주는 협력관계로 나가야 막걸리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59년 가업을 이어받아 양조장 일을 시작한 그는 1978년 업계 최초로 막걸리를 병에 담아 팔았고,1996년엔 살균 막걸리를 캔에 담으면서 톡 쏘는 맛을 살리기 위해 탄산을 처음 주입해 관련 특허까지 받는 등 막걸리 혁신을 주도해 왔다. 1962년 서울지역 양조장 51곳이 통합해 조합 형태로 만든 서울탁주를 1988년부터 24년째 이끌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