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오는 21일부터 시중은행의 은행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은행들의 대출을 줄임으로써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20.5%로 높아진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4%를 크게 초과하자 거의 매월 지준율을 인상해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8일 이후 한 달 만이며 올 들어서만 4번째다. 지난해에도 6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이에 앞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사진)와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위안화 가치의 '완만한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우 총재는 지난 16일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은행 지급준비율의 절대적인 상한선은 없다고 본다"며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또 "중국의 통화정책은 '완만'에서 '신중'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당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중국은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이 5.4%로 3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3월 화폐(M2) 공급은 16.6%나 늘었고, 3월 위안화 대출도 6794억위안으로 시장 예측치를 초과하는 등 과잉 유동성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강 부총재도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위안화 가치의 완만한 절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위안화 가치가 완만한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투기자금이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IMF가 글로벌 유동성과 국제적 자본 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