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가 대부분은 자금이 부족합니다. 아이디어의 상품화 단계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합니다. "(서창수 네오리플렉션 대표 · 31)

"정부가 창업지원금의 용도를 너무 제한하고 있습니다. "(김현성 건국대 창업동아리 회원 · 29)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 산업연구원 주최로 한국경제신문 18층 다산홀에서 열린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이 자리엔 실제 청년 기업가들이 모여 창업 과정에서 느꼈던 애로사항과 창업정책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청년일자리 문제를 '창업'으로 풀어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지난달 기준 청년실업률은 9.5%로 작년 2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 4.3%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게다가 제조업,건설업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주요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은 "청년실업률 증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번 토론회가 청년 창업 활성화를 통해 '고용의 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자비 절감하는 현장 조언 필요

서창수 대표,김현성 회원 등 창업을 이미 했거나 준비 중인 '청년'들은 정책입안자들이 놓치고 있는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 대표는 최근 손가락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무선마우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김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컴퓨터 조립 판매와 홈페이지 제작 등 여러 번의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서 대표는 자금이 부족한 젊은 창업자들이 투자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 개발에 이어 금형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러선 어떤 재료와 디자인을 선택했을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언이 절실한데도 이런 컨설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과 같은 정부기관이 청년들이 갖고 있는 기술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정부의 창업지원금이 용도를 비현실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정부의 창업지원금은 노트북 구입,서버 설계 등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다"며 "하지만 현실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 대부분은 노트북을 구비하고 있으며 서버 설계는 비용이 그다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오히려 창업 활동을 하는 동안 지원금을 식비와 교통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창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년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박동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고용능력개발연구실장은 "일부 대학교수는 학생들에게 섣불리 창업하면 나중에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생활할 것이라는 농담을 한다"며 "청년창업을 결정하는 데는 심리적,문화적 요인이 중요한데도 현재 학교 교육은 창업을 말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승원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은 "휴맥스,슈프리마,파인디지털,우리기술 등 각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상징하는 주요 기업의 대표는 모두 권욱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명예교수의 제자"라며 "권 교수는 연구 논문만을 중시하는 대학의 기존 가치관을 깨고 벤처 · 청년창업의 중요성을 제자들에게 깨우쳐줬다"며 창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미래인재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성삼재 국장도 초 · 중 · 고교 때부터 '창업'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입시 위주의 '진학' 지도만 있을 뿐 '진로' 지도는 없다"며 "전국 중 · 고교에 진학교사를 배치해 창업 관련 사전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운용의 묘'도 필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병훈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신기술본부장은 "중앙정부는 사업화 자금조성,법률 · 규제 정비,창업지원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세제혜택 등과 같은 창업 인프라 형성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신 지자체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창업아이템을 추천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창업' 자체에만 매달리는 일은 삼가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 국장은 "창업 준비기간이 6개월~1년이면 생존기간이 세 배 이상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창업은 단순히 사무실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망할 수도 있는 비즈니스를 세상에 공개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