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투자 성향은 독특하다.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으로 대다수가 '주식'을 꼽지만 실제로 투자하는 곳은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패턴이 워낙 '단기'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장기적인 수익률보다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 위험이 더 부각된 탓이다.

◆설문 응답자 30% "주식 유망"

프랭클린템플턴이 올해 1월 국내 투자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심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가 주식을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16%만 부동산에 투자할 만하다고 답했다. 채권을 선호하는 사람은 4%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만 좇던 시중자금이 주식 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23.3%(2006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자산 비율이 66.8%,일본이 61.0%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금융자산 비중은 턱없이 낮다.

강창희 미래에셋생명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일단 은퇴하고 나면 노후생활용 아파트가 클 필요는 없다"며 "주택에선 매달 생활비를 얻기 힘든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동산 중 일부를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8년간 수익률도 주식이 1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002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8년간 주식과 부동산,예금 채권 등 주요 투자자산의 수익률을 비교해봤다. 2002년 말은 주식시장에서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고 부동산이 막 오르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주식(코스피지수)의 누적 수익률이 188.53%로 가장 높았다. 복리로 환산한 기하평균 수익률도 연 13.56%에 달했다.

국민은행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한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부동산의 누적 수익률은 74.54%로 주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하평균 수익률도 연 7.21%로 주식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02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수익률이 가장 높았을 것이란 일반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부동산의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주식과의 수익률 격차는 더 컸다. 서울 전체 부동산의 지난 8년간 누적 수익률은 59.28%로 3년 만기 회사채의 같은 기간 수익률(67.64%)보다 오히려 낮았다. 전국 부동산의 누적 수익률은 47.14%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57.03%)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의 누적 수익률은 39.94%,기하평균 수익률은 연 4.12%를 각각 기록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