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노벨상 수상작품 '부덴부르크가(家)의 사람들'의 주인공 만은 자신의 심미주의적 데카당스를 건전한 시민적 삶의 미덕을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북부 독일의 상업도시 뤼벡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 속의 한자도시 상인 가문의 전통은 뤼벡과 함께 한자동맹의 주축 도시였던 인근 함부르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건전한 시민정신과 존경받는 상인 전통이 그것이다.

베를린에 이어 독일의 2대 도시이자 가장 부자도시인 함부르크에는 북부 독일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독일의 3대 도시 남쪽 뮌헨이 낭만적인 데 비해 함부르크는 이성적이다. 뮌헨이 지금은 첨단산업도시이지만 본래 농촌 지역 특유의 농민적 서정이 남아 있는 데 비해 부유했던 무역항 함부르크에는 상인적 · 시민적 합리주의가 있다. 독일말로 'hanseatisch'(한자적인)라는 말이 있다. 내향적인 한자도시 사람들의 특징을 일컫는 말이다. 내실을 더 중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기가 한 말과 약속에는 책임을 지고,상담 후 굳게 악수 한번 하는 것은 이심전심의 결론을 의미한다. 함부르크 사람들은 나서기를 싫어하고,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함부르크에는 500년 전통의 존경받는 상인클럽이 있다. 회원 1000여명의 이 클럽 정관에 나타난 가치관으로 신의,개방,약속 준수,사회봉사,사회적 및 경제적 질서유지 책임 등의 덕목이 나온다. 상인도시 특성상 지역 정치와 행정에도 상인들의 입김이 세다. 시청과 상공회의소가 같은 건물에 있다. 시의회 회원들도 주로 상인으로 구성돼 있다. 오랜 전통의 건전한 상인정신이 도시 분위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자유적이고 개방적인 함부르크 사람들은 예로부터 왕이나 교황에게도 무릎을 굽히는 인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개방,장기적,신뢰를 중시하는 데 더해 높은 사회봉사 정신은 함부르크 비즈니스 문화의 특징이다. 세계 도시 중 뉴욕 다음으로 각국 총영사관이 많이 주재하는 것은 개방적 멘털리티를 잘 대변한다. 함부르크에는 1000개가 넘는 자선재단이 있다. 주로 상인들이 시작한 사회봉사 단체다. 살아 있을 때 모은 재산의 사회 환원은 함부르크 상인의 오랜 미덕 중 하나다. 독일 3대 산업 중심도시 중 남동부 뮌헨이 전자(지멘스),자동차(BMW),우주항공산업(EADS) 중심지,남서부 슈투트가르트가 자동차(벤츠),기계산업(다수 중소기업)의 중심지인 데 비해 북부 함부르크는 해운,무역,미디어,출판 등 서비스산업이 발달했다. 유럽 3대 항구로서 물류산업이 발달했다. 영화산업 관련 900여개사를 포함해 총 2만5000여개 미디어,정보통신,게임업체들이 함부르크에 있다. 서비스산업 외에도 항공산업(에어버스),생명공학,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이곳에 있다.

전통산업과 함께 최근 함부르크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산업이 풍력산업이다. 바다가 가깝고 풍력기업들이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설립한 함부르크 신재생 클러스터 회원사는 100개를 넘는다. 그중 대부분이 풍력 관련 기업이다. 함부르크 주변 풍력기업들의 네트워크 모임인 풍력클럽(Windstammtisch)은 격월로 모이는데,250여명의 참가자로 성황을 이뤄 비공식 정보교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함부르크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2011년 '유럽의 녹색수도'로 선정됐다. 엘베강과 알스터 호수의 수변공간을 비롯해 유럽 도시 중 녹색공간이 가장 많아 친환경적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KOTRA 함부르크 비즈니스 센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과 독일 풍력기업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한독 풍력포럼을 6월 중 개최,우리 기업의 풍력산업 협력 수요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진출한 유럽의 무역상사는 함부르크 기업인 에드바르트 마이어가 설립한 세창양행이다.

제물포항을 통해 우리나라 무역의 문을 열었던 함부르크가 이제 녹색교역의 문을 열고 있다. 유럽의 녹색 수도 함부르크가 한국의 녹색성장을 도울 파트너로 다가오고 있다.

김평희 KOTRA 함부르크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