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전기계통에 고장이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설비용량 58만7000㎾급 가압경수로형)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1호기 재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을 모두 마쳤으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가동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제기구나 원자력전문기관 등에 고리1호기 안전성을 검증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부산 북구의회에 이어 18일에는 부산 남구의회가 '고리 1호기 폐쇄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노후 원전의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스프링에 문제 발생

고리원전 1호기는 전원을 공급하는 차단기의 부품 결합에 고장이 생겨 가동이 중단됐다. KINS는 고리1호기 발전에 필요한 각종 펌프(냉각재펌프,급수펌프)에 전원을 공급하는 차단기 내부 연결단자를 고정하는 스프링의 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스프링 장력이 부족해 연결단자에 과부하가 생겨 차단기가 불 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차단기가 고장날 경우 작동해야 할 예비용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다행히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가동돼 전원을 공급하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로의 안전과 관련된 전기계통(안전계통)의 전원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KINS는 비안전계통과 안전계통의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확한 재가동 시점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KINS 관계자는 "고장으로 어떤 계통에 영향을 받았는지,재가동에 영향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특히 이번 고장이 부품의 품질 문제인지,시공 문제인지,운영상 문제인지 파악해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논란 커질듯

문제는 KINS의 조사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노후된 고리1호기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고리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한 파괴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과기부 고시의 예외규정을 적용해 비파괴검사로 대체시험을 통해 겨우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원자로 압력용기에 구리 함량이 높은 용접재를 사용해 2013년 가압열충격 허용기준(149도 이하)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과기부 고시에 규정한 대로 초음파 등 세 가지 정밀평가를 했으며 40년 운전시점 기준으로 안전성 판정 기준보다 2.5배 여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고리1호기에 대한 불신감은 여전하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18일 고리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고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완벽한 안전이 확보되고 난 이후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영익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중대한 결함이 발견돼 정밀점검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발전소를 계속 세워놓을 수 없다"며 "국제기구 등의 특별점검이나 정밀점검은 가동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재가동 여부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해야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내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도 폐쇄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