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명품거리로 불리던 뉴욕 5번가(5th avenue) 풍광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티파니와 프라다 등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하던 거리에 자라 유니클로 헤네스앤드모리츠(H&M) 등 중저가 패스트패션(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제품을 빠르게 제작 · 유통시키는 업체)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고가와 중저가 브랜드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실용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가격이 싸면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칩 시크(cheap-chic)'패션이 한때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뉴욕 5번가를 점령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자라 브랜드를 보유한 스페인 패션기업 인디텍스는 수주 안에 뉴욕 5번가에 자라 플래그십 매장을 열 예정이다. 인디텍스는 지난달 3억2400만달러(3530억원)를 들여 뉴욕매장을 매입했다.

일본 패스트패션 전문업체 유니클로도 올 가을 매장을 연다는 계획하에 5번가에서 15년간 3억달러 이상 장기임대 계약을 맺었다. H&M은 2000년 아울렛을 열고 5번가에 입성했다.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가 한 상권에 공존하는 현상은 20년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에서 등장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주요 도시의 명품거리가 여전히 저가 패션과는 격리돼 왔다는 점에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와 함께 명품거리로 유명한 뉴욕 5번가의 '어색한 동거'는 이례적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 부동산 거래업체인 토르에쿼티의 조 시트 대표는 "미국업체보다 자라 유니클로 등 외국 업체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행한 결과가 뉴욕 5번가의 풍경 변화"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