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지난 14일부터 금호타이어 제품에 대한 리콜이 시작됐다. 중국 CCTV가 3월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금호타이어 톈진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에 심각한 안전문제가 있다고 보도한 지 한 달 만이다. 회사의 작업매뉴얼과 달리 재생고무를 너무 많이 썼다는 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었다.

금호타이어는 일부 제품에서 작업기준에 따르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심각한 안전문제를 일으킬 사안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톈진시 질검총국(한국의 기술표준원 해당)에서 문제가 된 타이어를 수거해 검사했지만 안전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타이어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된 셈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는 중국 TV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사과했고,해당 제품을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금호에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이 정도로 요란스럽게 처리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도 백기를 든 것이다.

이번 보도는 CCTV를 비롯해 최고인민검찰원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상무부 등 중국 14개 주요 국가기관들이 공동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0년 6월과 7월,그리고 올해 1월에 잠입해서 취재할 만큼 면밀히 기획됐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정부가 찍어서 1년간 조사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업계에선 잘나가는 외자기업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3%로 가장 높고,그 뒤를 한국타이어(19%)가 잇고 있다. 특정국가의 회사들이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CCTV 보도 직후 금호타이어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자 중국의 모든 언론들이 뭇매를 때리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 · 판매하기 위해서는 꼭 취득해야 하는 중국강제생산품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 3C)을 취소당했다는 악의적 보도까지 내보내며 괘씸죄를 적용했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약자의 입장에서 '항복선언'을 하는 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중국이 1979년 개혁 · 개방을 실시한 뒤 적어도 2000년까지 한국 기업은 중국에 중요한 존재였다. 중국과 이웃한 한국은 같은 한자(漢字)문화권에 속하면서 중국의 산업화를 촉진할 기술과 자본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3조달러의 외환보유액과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하게 된 오늘날의 중국에 한국 기업이 예전처럼 꼭 필요한 존재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점점 곱지 않아지고 있다.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한국에 대해 "돈은 중국에서 벌고 손은 미국과 잡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의 농수산물 문제로 정부 차원에서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한 외교 당국자는 사석에서 "정치적으로 큰 부담인 것은 이해가 가지만 중국 정부는 매우 서운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의 위상은 자꾸 달라지는데 한국에선 무감각한 것 같다. 이번 금호타이어 리콜 사태를 보면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차원을 높이기 위한 새롭고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