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지구촌은 이상 기후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설로 뉴욕은 도시 기능이 마비됐는가 하면,지구 반대편인 호주에서는 폭우로 도시가 물에 잠겼다. 우리나라도 지난 겨울은 유독 길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 가까이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채택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5년부터는 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매년 세계 각 지역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구체적 감축 목표를 처음으로 설정한 '교토의정서'가 바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선진국들의 구체적 이행방안이 마련됐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15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태도 전환으로 '나부터 먼저'를 역설했고 2012년 아시아에서 개최될 제18차 당사국총회의 유치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현재 제18차 당사국총회 유치는 올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최되는 17차 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인데 한국과 카타르가 경합 중이다. 한국이 만약 총회를 개최한다면 의장국으로서 공식 · 비공식 사전 협상을 조율하고 최종 협상의 타결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새롭게 위상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12년은 5년간의 교토의정서 효력이 끝나는 시점으로 전 세계가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적 위협인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새로운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대한민국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유치해 국가간 이견을 좁히며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면 글로벌 환경리더십을 구축하며 국격(國格)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이 국제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스포츠행사이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 질서를 다루는 국제회의라고 한다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환경 분야의 월드컵이자 G20 회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총회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만 110여명,109개 국가에서 4만여명이 몰려들어 엄청난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국가 브랜드 상승의 기회가 됐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미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전략의 화두로 천명하고 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을 공포,운영하며 녹색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09년 녹색경영 선포식을 통해 2013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50% 저감(低減)하고 친환경 제품 출시를 확대할 것을 선포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배터리 등 녹색성장 신사업에 관계사와 함께 20여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총회를 유치하게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녹색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산업계 전반이 '환경'을 새로운 경영의 기회요인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가 직면한 위기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한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중재 역량과 선도적 리더십을 발휘해 지구 공동체의 번영과 존속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윤우 < 삼성전자 부회장 /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