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사진)이 15일 국회 외통위 소위에서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에 대해 기권한 이유는 '몸싸움 처리'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여야의 몸싸움 속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게 국민과의 약속이자 소신이라고 말한다. 홍 의원이 소위에서 기권하면서 한 · EU FTA 비준안은 찬성 3표,기권 1표,반대 2표로 과반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사건 직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홍 의원에 대해 "무책임하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다 국익을 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인 이미지만 중시하는'스타일리스트(stylist)'라고 비아냥거렸다. 홍 의원은 비준안 부결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그런 홍 의원이 18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 폭력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간에 충분히 토론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 자체를 몸싸움 처리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한 · EU FTA비준안은 이달 안에 반드시 처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 큰 문제는 한 · 미 FTA비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리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중요한 것은 최대한 야당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면서도 "똑같은 몸싸움이나 갑작스런 법안처리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과의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으로부터 당일 아침 사보임(다른 의원으로 교체)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사실이지만 혼자 사보임하는 게 국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소신을 지키면서도 국익을 생각했다면 사보임에 임하거나 회의에 나오지 않는 게 나았다"는 것이다. 국익이 걸린 문제에 지나치게 개인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