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PF 배드뱅크 만든다] 강만수 "카드社 고리대금업 안된다"·어윤대 "KB카드 점유율 줄어…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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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돋친 얘기들
18일 오전 7시35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16층 뱅커스클럽.어윤대 KB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김승유 하나금융 회장,한동우 신한지주 회장,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5명의 회장은 나란히 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맞이했다.
웃으며 악수한 뒤 서로에게 자리를 권하는 훈훈한 분위기를 보인 것도 잠시.김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시작되고 16㎡(5평) 남짓한 공간에 취재진 40여명이 몰려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자 회장들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김 위원장은 "금융이 실물경제를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한번 논의해 보자.회장들이 시장안정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의 모두발언을 했다.
취재진을 물리고 시작된 비공개 회의는 전복죽을 들며 1시간40여분 이어졌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는 전산보안→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건설사 부실→카드사 과당경쟁→가계부채 연착륙 등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아웃소싱 때문에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이나 농협의 전산망 마비 같은 대형 전산사고가 발생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주 회장들은 "아웃소싱하지 않고 정규직을 늘리라고만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최고경영자가 예산과 인력을 잘살펴야하고 전산보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시간은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회수로 촉발된 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 문제에 할애됐다. 김 위원장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금융지주 회장들이 대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 과당경쟁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는 강 회장과 어 회장 사이에 약간의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저축은행이 해야 할 일을 카드사들이 하고 있다"며 "(카드사업이)고리대금업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KB국민카드는 점유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마치 KB가 과당경쟁을 촉발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한국 금융부문에서 지주사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현안이 생기면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처음과 달리 나중엔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말했지만 회의장을 나서는 지주 회장들의 안색은 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웃으며 악수한 뒤 서로에게 자리를 권하는 훈훈한 분위기를 보인 것도 잠시.김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시작되고 16㎡(5평) 남짓한 공간에 취재진 40여명이 몰려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자 회장들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김 위원장은 "금융이 실물경제를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한번 논의해 보자.회장들이 시장안정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의 모두발언을 했다.
취재진을 물리고 시작된 비공개 회의는 전복죽을 들며 1시간40여분 이어졌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는 전산보안→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건설사 부실→카드사 과당경쟁→가계부채 연착륙 등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아웃소싱 때문에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이나 농협의 전산망 마비 같은 대형 전산사고가 발생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주 회장들은 "아웃소싱하지 않고 정규직을 늘리라고만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최고경영자가 예산과 인력을 잘살펴야하고 전산보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시간은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회수로 촉발된 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 문제에 할애됐다. 김 위원장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금융지주 회장들이 대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 과당경쟁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는 강 회장과 어 회장 사이에 약간의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저축은행이 해야 할 일을 카드사들이 하고 있다"며 "(카드사업이)고리대금업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KB국민카드는 점유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마치 KB가 과당경쟁을 촉발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한국 금융부문에서 지주사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현안이 생기면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처음과 달리 나중엔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말했지만 회의장을 나서는 지주 회장들의 안색은 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