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열리지 않은 정부 위원회가 11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각종 위원회 만들기에만 열중할 뿐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각종 정부 위원회는 431개로 정부부처(15부 · 2처 · 18청)보다 12배 이상 많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앙민방위협의회를 비롯한 11개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해당 위원회는 △농가소득안정심의위원회 △무역조정지원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 △원자력손해배상심의회 △이력추적제운영협의회 △접경지역정책심의위원회 △정기간행물자문위원회 △중앙교원지위향상심의회 △거창사건등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등이다. 이 위원회들은 꾸려진 뒤로 올해까지 운영을 위한 예산을 한 푼도 쓴 적이 없다.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기만 할 뿐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 소득수준 안정과 관련된 법률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된 농가소득안정심의위원회는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쌀 직불금을 타 간 사건이 두 번이나 터졌지만 열리지 않았다. 중앙민방위협의회,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 등은 다른 위원회랑 역할이 겹치는 상태다.

불필요한 위원회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단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이다. 한국전쟁 중 사망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위해 설립된 거창사건등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는 관련 업무가 끝났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위원회를 없애려면 국회 통과가 필요한데,국회의원들은 표가 많은 각종 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도 한몫한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정책 변경이나 개정에 대한 책임을 떠 넘기기 위해 위원회를 유지시키려는 경향도 있다"며 "정책을 만든 공무원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정책실명제'를 시행하고 책임을 지게 하면 불필요한 위원회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