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지영 씨(31)는 금융회사 5년차다. 연봉이 4000만원에 이르고 성과급이 많이 나오는 해에는 6000만원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도 박씨는 요즘 '돈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20대 후반에 취업해서 갑작스레 수백만원씩 월급이 나오다 보니 흥청망청 쓰기 바빴다. 명품 백과 명품 구두를 샀고 옷은 반드시 백화점에서 골랐다. 어느 순간 박씨는 깨달았다. 자신이 5년이나 회사에 다녔지만 딱히 모은 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심지어 마이너스 통장에는 1500만원이나 대출이 끼어 있었다. 대출을 갚는 데만 1년은 걸릴 것 같았다. 박씨는 "명색이 금융회사 직원인데 모은 돈은 하나도 없고 빚만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갑자기 깜깜해졌다"며 "고객들에게는 재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전혀 실천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2.건설회사에 다니는 김영우 씨도 서른한 살이다. 하지만 박씨와 달리 김씨는 회사에 입사한 4년 전부터 한 달에 100만원씩 정기적금을 들었다. 50만원은 펀드에 투자했다. 적금으로 일정액이 모이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정기예금에 다시 재예치했고,펀드 투자도 필요에 따라 상품 구성을 조절하긴 했지만 돈을 찾아 쓴 적은 없다. 그가 지금껏 모은 돈은 원금 7200만원에 이자와 수익을 합해 총 8500만원에 이른다. 박씨와 비교하면 1억원가량 더 모은 셈이다.

◆일찍 시작해야 목돈 모은다

재테크는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최고다.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돈을 더 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덜 쓰는 효과다. 재테크를 염두에 둔다면 소비할 때 기회비용을 염두에 두게 된다.

둘째는 복리 효과다. 복리는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것이다. 예컨대 1년 단위 정기예금에 들었다면,만기가 돌아왔을 때 원금만 다시 예치하는 대신 원금과 이자를 재예치하는 것이 복리의 방식이다. 일부 상품은 아예 월 단위로 복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월 이율 0.5% 상품의 경우 단리로는 연 6% 금리를 받게 되지만,월 복리가 적용됐다면 6.17%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10년,20년이 지날 경우 그 차이는 적지 않게 커진다. 직장생활을 25년간 한다고 가정할 경우 1억원을 넣고 연 6% 단리만 받는다면 25년 뒤 이 돈은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이것도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월 복리 0.5%로 25년간 굴렸다면 이 돈은 4억4600만원 규모로 불어난다. 2억원을 더 모으는 셈이다. 이것이 금융회사들이 말하는 시간의 힘에 따른 눈덩이(snowball) 효과,곧 '복리의 마술'이다.

◆복리의 힘을 믿어라

실제로 1억원을 1999년부터 12년간 1년 단위 정기예금에 원금만 재예치(단리)를 반복한 경우와 3년 단위 정기예금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재예치(복리)했을 경우를 비교해 보자.

한국은행의 시중은행 가중 평균금리를 적용해 계산할 경우 12년간 1년 단위 정기예금에 넣어 받는 총 이자는 6154만원이다. 반면 3년 단위 정기예금에 돈을 넣었다가 원리금을 재예치하는 식으로 운용했다면 이자는 모두 8337만3300원에 이르게 된다. 2183만원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심종태 신한은행 WM사업부 과장은 "복리의 마법을 이해한다면 투자기간과 수익률 사이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느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만큼 정기예금 · 적금을 꾸준히 복리로 운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