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 · 사진)의 화웨이 지분은 1.4%이며,종업들이 나머지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다. "

중국 최대이자 세계 2위 규모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18일 2010년 실적보고서를 내놓으며 이같이 밝혔다. 또 198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사회 명단도 공개했다. 폐쇄적 경영구조로 유명한 비상장기업 화웨이가 이날 장막을 걷어낸 것은 번번이 좌절돼온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화웨이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설립 23년 만에 이사회 명단 공개

지난 2월 미국 기업 스리립(3Leaf)시스템 인수 불발을 포함,화웨이는 최근 3년간 스리컴(3com)과 노텔네트웍스,모토로라 무선네트워크 사업부,투와이어(2wire) 등 무려 5차례의 해외 기업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CEO가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을 이유로 미 국방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화웨이와 중국 군 당국과의 관계를 의심해왔다. 화웨이의 미 기업 인수가 미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화웨이가 설립 23년 만에 이사회 명단을 전격 공개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사회 명단 공개로 런정페이 일가가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이는 화웨이가 줄곧 중국 군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개된 이사진을 보면 이사장인 쑨야팡(孫亞芳)이 계속 이사장 자리를 맡고,런정페이의 딸이 최고재무담당임원(CFO)으로 새 이사진에 포함됐고,남동생 런수루는 감사에 올라있다. 화웨이는 또 기존 9명의 이사회 임원 수를 13명으로 늘렸다. 화웨이 워싱턴 지점 관계자는 "화웨이가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에릭슨을 이기기 위해선 미국 진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오쩌둥식 경영 주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통신장비 제작을 시작한 화웨이는 20여년 만에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런정페이 CEO의 마오쩌둥식 경영전략이 효과를 봤다는 지적이다. 농촌에서 혁명을 일으킨 뒤 도시를 포위했던 마오의 전술처럼 저가 장비로 농촌에서 실적을 올린 뒤 대도시에 진출했다.

해외사업도 마오쩌둥식 전략을 활용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홍콩과 싱가포르,태국에서부터 사업을 확장해갔다. 이들 지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정보기술(IT)과 통신장비의 본고장인 유럽과 북미로 세를 넓히고 있다.

덕분에 2006년 660억위안이던 화웨이 매출은 지난해 1852억위안(273억달러)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에릭슨의 매출 283억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는 순이익도 같은 기간 39억위안에서 237억위안으로 6배 늘었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은 24%와 30%를 기록했다.

연구 · 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화웨이 질주의 또 다른 배경이다. 화웨이는 매출의 10% 이상을 매년 R&D에 투입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