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기 가스 등 대표 내수주들이 강세장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낮은 주가와 원화 강세,1분기 실적 개선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우려와 그에 따른 규제 리스크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도주들의 가격 부담이 커졌고,하반기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반등에 대비해 관심을 늘릴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물가상승 우려에 나홀로 약세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통업종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쇼핑신세계의 주가는 올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밑돌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1분기 실적 개선 기대로 반짝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선 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날도 롯데쇼핑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물이 쏟아지며 43만1500원으로 6500원(1.48%) 밀려났다. 신세계는 2000원(0.78%) 내린 25만4000원으로 사흘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한전과 한국가스공사는 나란히 저점을 맴돌고 있다. 한전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4.22% 오르는 동안 오히려 14.07% 내려 2009년 4월 이후 최저가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도 연초 5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얼마 전 3만1500원까지 떨어지며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350원(0.98%) 올라 3만6200원으로 마감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여전히 작년 말보다 25.36% 급락한 상태다.

정연우 대신증권 내수팀장은 "유통 · 전기 · 가스주는 주가가 워낙 크게 떨어져 저가 매력이 돋보인다"면서도 "물가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이 같은 매력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험상 물가상승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며 "유통주들이 반등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도 2분기 이후 실적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투자심리 개선 기대

당장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한전과 가스공사는 물가 억제를 위한 정부 규제로 높아지는 연료비를 가격에 전가할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한 뒤 "잇따른 적자로 가격통제가 오래 지속되기 힘든 상황이라 7~8월엔 연료비 연동제가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점진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요금을 원가 수준에 맞출 것이란 신호가 나오기 시작하면 유틸리티 업종에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원 · 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지목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엔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정부가 일부 가격 인상을 용인하고,물가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여 내수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출주들의 상대적 강세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그동안 내수주 비중을 줄였던 기관투자가들이 서서히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