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신입사원 채용 때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협상안을 마련키로 해 노동계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실업 문제를 외면하고 대기업 노조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기득권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18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상요구안을 상정했다. 단협안에 '회사는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신규 채용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위한 가점부여 등 세부적 사항은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또 '조합원이 재직 중 사망하거나 업무상 6급 이상의 장애로 퇴직할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특별채용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단협 개정안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의원들은 "노조가 청년실업,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대물림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현대차 노조는 또 올해 집행부의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조합원 범위를 차장급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재 조합원의 자격 조항에는 대리급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차장급까지 2단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 조항에서는 회사가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며 비정규직의 단계적 축소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 노력하라는 신설 안도 마련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단체협약 요구안은 선언적 차원에서 마련됐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며 "새로운 집행부가 노조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자녀 채용 조항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은 "단협안이 회사 측에 전달되지 않아 코멘트할 것이 없다"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생산직 근로자는 설비 자동화 등으로 2004년 이후 공개채용을 실시한 적이 없지만,일반직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경우 노조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기아자동차와 한국GM 노조는 2008년께 현대차 노조가 추진하는 채용 단협안과 비슷한 내용의 단협안에 이미 합의했다.

장진모/울산=하인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