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민간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필요 자금을 주도적으로 지원하도록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PF대출 규모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일정 금액을 출자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부실 채권 처리에 특화된 배드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니 은행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도 별도의 브리핑에서 "부동산 PF대출을 정상화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방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부실 채권 규모가 9조7414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배드뱅크 출자 규모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금융회사는 물론 기존의 PF 사업장에 지급 보증을 선 시공사들도 자사 주식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등으로 출자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또 정상화가 가능한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은행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조기 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만난 뒤 "일시적인 유동성 애로에 직면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에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게 되면 삼부토건은 법정관리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 배드뱅크

bad bank.금융회사로부터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회사.금융회사는 부실자산을 배드뱅크에 매각함으로써 우량 채권과 자산만 가진 굿뱅크(good bank)가 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진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