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방귀 우르르 쾅 천둥 방귀/ 엄마 방귀 가르르릉 광 고양이 방귀/ 내 방귀 삘리리 리 피리 방귀.'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쓰기' 속 '방귀'란 시로 아빠는 세고 엄마는 약하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엔 이 밖에도 방귀 얘기가 두 번이나 더 나온다.

1학년 2학기 '쓰기'엔 방귀가 세다고 자랑하는 두 남자의 방귀 시합을 다룬 '방귀쟁이', 3학년 2학기 '말하기 · 듣기'엔 방귀 때문에 시댁에서 쫓겨나는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가 실렸다. 남자 방귀는 힘 자랑 수단,여자 방귀는 부끄러운 일로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경전이나 다름없다. 백지 상태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까닭이다. 누가 어떤 시각으로 집필하느냐가 중요한 것도 그런 이유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교과서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우리 교과서의 경제와 역사에 대한 균형감각을 거듭 강조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교과서 편찬 및 발행 제도는 수시로 바뀌었다. 1950년 '국정 교과용도서 편찬규정'이 공포된 뒤 국정 교과서는 문교부 편수국,검인정은 민간에서 제작했다. 1972년 유신 이후엔 3차 교육과정령에 따라 검인정은 검인정교과서㈜에 맡겼다.

독점 탓이었을까. 1977년 이른바 '검인정교과서 파동'이 터졌다. 회사측이 문교부와 국세청 직원에게 뇌물을 주고 책값 인상,성실법인 지정 등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으로 교과서 출판업자 2명과 공무원 11명이 구속됐다.

사건 후 확 줄었던 검정 교과서가 늘어난 건 1982년 3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이 재개정되면서부터.이때 설립된 게 (사)한국검정교과서다. 98개 출판사가 공동 보급함으로써 과당경쟁 및 교과서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바로 이곳 직원들이 지난 5년간 매출액의 20% 이상,15억여원을 뒷돈으로 받고 이는 고스란히 책값에 전가됐다는 소식이다. 이사장이 주로 관료 출신이어서였는지 30년간 한 번도 공적인 수사나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다른 것도 아닌 교과서다. 고교용은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누구든 사야 하고, 초 · 중등용 구입비는 혈세다. 일개 사단법인 직원들이 룸살롱을 제집 드나들 듯 했다는 데 윗사람은 물론 교과부와 교육청에서 몰랐다는 걸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