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코스피지수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지만 상승 추세를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미 알려진 악재인데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조정이 후행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S&P는 18일(현지시간) "다른 AAA 신용등급 국가들에 비해 재정적자가 매우 크고 국가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미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국가 신용등급은 AAA로 유지했다. 발표 직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 등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동시에 국내 증시의 야간선물 · 옵션 시장도 충격을 받는 등 악재로 받아 들여지는 분위기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부채가 임계점에 온 것은 사실이고 오는 6월 양적완화 종결에 따라 신용평가사가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미국도 전고점 부근에서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어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는 미국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에 나서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심리적 불안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망 하향이 후행적이란 점에서 길게 갈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평사 움직임은 기계적인 하향조정일 가능성이 높고 미 재정 문제도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며 "시장 추세를 바꿔 구조적으로 장을 떨어 뜨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지난주에 나온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신평사의 등급 조정은 뒷북치는 것에 가깝다"며 "변동성을 높이긴 하겠지만 국내 증시는 낙폭을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자금 흐름을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시장의 상대적 매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수혜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이번 조치가 미국의 추가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장기적 영향은 지켜볼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데 미국이 부채를 더 이상 늘리기 힘들어지면 전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체 시장 흐름을 꺾을 정도는 아니란 점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발생해도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임근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