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시즌'이 한창인 증권가(街)가가 요즘 예상 외로 한산한 모습이다. 실적 추정치를 내놓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예년엔 기업이 실적 발표를 하기 전 증권사들이 먼저 추정치를 내놓고, 실적이 나온 뒤에는 추정치와 맞춰 보고 '잘했다', 혹은 '못했다'고 평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무적으로 적용되자 증권사들은 일부 실적 추정을 포기하거나 기존 한국회계기준(K-GAAP)을 고수해 비교가 힘들어졌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은 올 1분기부터 IFRS를 적용해 분기 실적을 발표해야 하지만, IFRS로 1분기 실적을 추정한 증권사는 전무하다. 대부분 K-GAAP으로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실적이 나오면 평가가 쉽지 않다. 지난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3895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3391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하나금융지주 실적이 좋았다고 평가한 증권사는 없었다. 기준이 달라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컨센서스는 K-GAAP이 적용됐고, 실제 실적은 IFRS로 산정됐다. 증권사들은 발표된 실적을 K-GAAP으로 변환한 뒤 컨센서스와 다시 비교해야만 했다.

실적 발표를 앞 둔 KBㆍ신한ㆍ우리 등 다른 은행 지주사에 대한 IFRS 실적 추정치도 없다. IFRS를 적용하면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돼 이자비용이 감소하고 충당금 적립 기준도 달라지는데, 은행들이 어떤 기준으로 이를 산정할 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은행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분석을 위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다 회계기준이 바뀐 첫 분기여서 추정치를 내놓는 게 불가능하다"며 "한 해는 온전히 다 보내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뿐 아니라 보험ㆍ증권 등 다른 금융회사들도 IFRS 실적 추정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 업종은 3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이어서 시기가 한 분기 늦춰질 뿐이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과거 데이터가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초반에 다소 혼란이 있겠지만 애널리스트들이 한 분기만 지나면 금세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