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채 금리가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스페인은 최근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 다른 유럽 변방국들과 '디커플링(차별화)'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핀란드 총선에서 변방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반대하는 국수주의 정당이 득세하면서 위기론이 재점화됐다.

◆'디커플링' 시기상조

로이터통신은 18일 "스페인과 재정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변방국 간 '디커플링'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10년물 스페인 국채 금리는 5.55%로 200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진행된 국채 매각도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스페인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들과 디커플링되고 있다"며 구제금융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불과 며칠 새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이다.

문제는 스페인의 경제 규모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이 모두 합쳐 약 2750억유로인 데 반해 스페인까지 손을 벌리게 되면 최소한 3500억유로가 더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금융안정기금의 실질 지원 한도인 4400억유로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리스 채무조정 등이 변수

스페인 국채 금리가 불안 조짐을 보인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변방국 구제금융과 관련한 악재가 잇따라 터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1100억유로 규모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채무 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3년물 그리스 국채 금리는 21.1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관변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가 이르면 올여름 채무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유럽 내에 구제금융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지난 17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득세한 것도 재정위기 우려를 부추겼다.

핀란드 총선에서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을 반대하는 국수주의 정당 '우리 핀란드인'이 득표율 3위로 약진하면서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온라인 증권뉴스 전문 사이트 벤징가는 "핀란드가 스페인을 저격했다"고 표현했다. 미하엘 라이스터 베스트LB 투자전략담당은 "지난 몇 주간 스페인이 잘 버텼지만 그리스 사태 등으로 투자자들이 결국 스페인에서마저 발을 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스페인 상황이 마냥 어둡지는 않다면서 IMF 집계를 인용해 이 나라의 국가 채무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4%로 유로권 평균치보다 20%포인트가량 낮은 점을 들었다. 이는 그리스의 152%와 아일랜드의 114% 그리고 포르투갈의 90%보다 모두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재정적자율도 GDP의 6.2%로 아일랜드의 10.8%,그리스의 7.4%에 비해 낮다. 반면 포르투갈에 비해서는 0.6%포인트 높았다.

한편 BBC는 18일 포르투갈 당국이 앞서 버티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EU 및 IMF 관계자들이 리스본을 방문해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과 구제금융 조건을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이 최대 8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것으로 관측해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