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FDI)가 늘고 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순외국인직접투자는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억5000만달러의 순유출을 보였다. 우리나라에 직접투자한 액수보다 회수해 간 자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짓거나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FDI는 해당 국가의 경영 환경에 대한 외국인 기업의 시각을 반영하는 핵심 척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9일 발표한 '외국인투자유치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기업의 실제 직접투자 여부를 따지는 도착률은 2009년 신고액 대비 59%에서 지난해에는 41%로 급감했다. 2006년 이후 5년째 감소 추세다.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그린필드형(직접 공장을 지어 투자하는 방식)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그린필드형 투자의 실투자율은 2009년 신고액의 44%에서 지난해에는 31%로 급락했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직접 부지를 확보해 생산공장을 짓는 투자를 갈수록 꺼린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FDI 규모가 전년보다 13.8% 늘어난 131억달러에 달했고 그린필드형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지식경제부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이 같은 편차는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양해각서(MOU) 단계부터 실적으로 반영하는 정부의 '수치 부풀리기' 집계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허가형 국회 예산정책처 평가관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실적에 넣은 뒤 이에 대한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정부 발표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외국인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은 고용 창출 효과는 낮고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 외국 업체에 집중되면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5년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재정지출은 4688억원,조세 감면 등의 지출은 2조5586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지원을 받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상당수가 중 · 소 규모이고 국내 내수시장 비중이 높은 업체라는 점이다. 외국 투자기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내수 비중은 69%에 달했다. 연구 · 개발을 전혀 하지 않는 기업도 36%인 181개사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