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진화재단·한경 월례토론회] "대기업, 中企에 지분투자 길 터주면 경영성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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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반성장, 어떻게 볼 것인가
삼성전자·현대車가 이익 내면 협력업체도 이익 내
동반성장 출발은 신뢰…계약에 의한 거래 관행 확립
삼성전자·현대車가 이익 내면 협력업체도 이익 내
동반성장 출발은 신뢰…계약에 의한 거래 관행 확립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진정한 발전을 추구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과를 나눠갖는 식의 재분배 정책으로 흐르기 쉽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해칠 위험도 안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19일 '동반성장,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갖고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했다.
◆"대기업만큼 중소기업도 과실 얻어"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불균등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현실 진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이익을 내면 협력업체들도 이익을 낸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착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데서 보듯이 내수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힘든 상황"이라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익을 공유하더라도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상호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면 경영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지분관계로 공생하려면 재벌규제 위주의 정책 근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시장경제는 그 자체로 상생과 동반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인류의 번영을 가능케 한 것은 '공유'가 아니라 '사유'였다는 간단한 경제인류학적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 거래 관행 확립해야"
대기업이 성장하면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고통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윤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도급분쟁조정위원으로 10년간 일해 보니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일이 수도 없이 많았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부당한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고용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도 "동반성장의 출발은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계약에 의한 거래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서면계약 없이 구두로 발주했다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해 중소기업이 손해를 입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시장 자율성을 최우선시하는 미국에서도 중소기업법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 지원정책 변화 필요성
토론 참석자들은 지원과 보호에 치우친 중소기업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모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별화를 통해 발전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라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더라도 기업에 따라 차등적으로 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과이익공유제를 하더라도 지원 대상은 좁힐 필요가 있다"며 "지원받은 재원을 연구 · 개발(R&D)예산과 인력 확보에만 쓰도록 하는 등의 제한 장치가 있어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의 투자나 신사업 진출을 규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은 "대기업을 규제하면 해외 투자를 늘릴 것이고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약해져 국내 중소기업과 내수 산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이 교수는 "1966년 중소기업 기본법 제정 이후 중소기업도 꾸준히 성장했다"며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