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경쟁적으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들고나왔다. 재건축 연한이 안되지만 노후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분당을(乙)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초 리모델링 수직증축과 일반분양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강재섭 한나라당 분당을 후보를 신도시아파트 리모델링특별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배은희 대변인은 "강 후보가 당선되면 원내에서 리모델링 관련 법들을 추진하고 통과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는 전날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에 들러 "리모델링으로 분당의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명품도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급선무"라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민주당의 분당 리모델링 공약 따라하기"라며 "민주당은 3월에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썼다. 박 대표는 "이미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리모델링 법안을 4월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진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11일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생기는 아파트를 일반분양하게 해 주고,일부엔 임대아파트를 넣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날 리모델링 시 취득세 등을 면제해 주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리모델링 활성화를 들고나온 건 분당을 선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을 선거구에 소재한 아파트는 4만1000여가구다.

이 중 정자동 일대의 주상복합 6300여가구를 제외한 아파트가 1990년대 지어진 것들이다. 한 가구에 두 명의 유권자가 산다고 가정해도 7만여표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분당을 유권자는 16만6000여명이다.

구미동 J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리모델링 일반분양 불허 방침을 밝히자 일대 아파트 값이 5% 안팎까지 떨어졌다"며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물론 리모델링 법안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한나라당은 아직 관련법안을 내지 않고 있고,민주당이 발의한 법도 4월 국회에서 통과되기 힘들어서다.

양당 관계자들은 "리모델링 관련 법은 이르면 6월 국회 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따라 법 처리 여부도 달라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