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늑장 국회'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주회사 밑에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1년 동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어서다.

SK는 오는 7월2일 이전에 개정안이 발효하지 않으면 18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한 현행 공정거래법을 적용받아 출범한 지주회사 SK㈜가 두 차례 신청한 지주회사 요건 충족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SKC,네트웍스의 SK증권 지분이 문제

재계에선 여야가 합의해 작년 4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기업 경영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20일 국회 법사위 제2소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처리 여부는 불확실하다.

SKC와 SK네트웍스가 가진 SK증권 지분 30.4%가 문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일반 지주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SKC와 SK네트웍스는 SK㈜가 각각 42.5%,39.1%를 갖고 있어 관련 규정에 걸린다.

2007년 7월 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SK그룹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2년씩 법 적용을 미뤘지만 7월2일이면 유예기간이 끝난다. 두 회사는 2008년께 SK증권 지분 매각을 시도했으나 금융위기가 닥치며 주가가 폭락,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회사에 비해 투명하게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을 오히려 역차별하는 제도"라며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8년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 넘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통과 여부 주목

20일 열리는 법사위 소위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이목이 쏠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소위를 통과해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하다"며 "SK,CJ,두산,부영 등 대기업뿐 아니라 프라임개발,일진홀딩스,녹십자홀딩스 등 중소기업까지 영향을 끼치는 문제로 꼭 통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면 SK그룹은 규정에 따라 최대 1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관련법 위반 때 매각 등의 시정조치와 장부가액 10% 이내의 과징금,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날 SK증권의 시가총액은 5938억원으로 지분 30.4%의 10%는 180억원 수준이다.

◆SK그룹,향후 대응은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SK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SK증권 지분을 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주회사 SK㈜의 계열에서 빠져 있는 SK C&C 또는 최창원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SK케미칼이 SKC와 SK네트웍스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