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기에도 민망한 동반성장 협약식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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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민망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현대차, 삼성, LG, 롯데그룹 등을 순회하며 열고 있는 동반성장 협약 체결식이 그렇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내로라 하는 그룹의 간판 계열사 사장들과 그 협력업체 대표들이 꼼짝없이 대기표를 받듯이 날짜를 배정받아 공정위와 억지 협약을 맺고 있다. '초과'라는 단어를 떼든 붙이든 태생적으로 반시장적인 이익공유제라는 개념조차 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서슬 퍼런 칼을 쥔 공정위와 그 위세를 업은 동반성장위가 밀어붙이니 저항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업들의 등을 떠밀어 협약을 체결하는 모양새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사진장면들을 연상시킬 정도다.
이번 일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동반성장 협약은 엄연히 기업들의 임의적인 선택사항이다. 동반성장위가 56개사를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기업으로 지정한 것은 사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지금 마치 토끼몰이하듯 반강제적으로 기업들을 줄 세워 협약을 맺게 하는 것은 이를 합리화하려는 절차이자 관치의 부활이다. 이렇게 기업이 동원되다 보니 협약 내용이 새로울 게 없는 것이 당연하다. 협력업체의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하고, 기술개발과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절감분을 나누고,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 등은 이미 대기업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해왔던 일들이다. 그런데도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56개사와 협약 체결을 끝내고 그룹 총수들까지 직접 만난다고 한다. 억지춘향 놀음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반성장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추가로 내놓을 것이 마땅치 않은 형편에서 뒷 순번으로 갈수록 부담은 더 커질 것이 뻔하다. 공정위와 동반성장위가 굳이 그룹으로 묶어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도 관치의 소산에 다름아니다. 같은 그룹의 계열사라도 업종이 다른 만큼 협력업체와의 공생을 위한 지원방식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자발적인 동의없이 참여를 강제해서 무슨 성과를 내겠다는 것인가. 다음달에 만든다는 동반성장 평가 가이드라인은 또 얼마나 탁상공론이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