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학의 날이다. 1967년 대한민국 정부 내에 과학기술의 진흥을 전담하는 과학기술처가 설립된 것을 기념해 제정한 것이 벌써 44년 전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1년 국민 소득이 200달러에도 못 미쳤으며,이는 필리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라가 가난하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도 남의 나라에서 험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중반 서독에 파견된 광부들 가운데는 정규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20%나 됐기에,당시 언론에서는 이들을 '신사 광부'라고 불렀다. 서울을 떠난 우리의 젊은이들은 1000m 이상 깊은 땅속에서 뜨거운 지열을 이기며 하루 10시간 넘게 석탄을 캤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여유는 결국 모든 국민이 각 분야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한 덕택이다.

여기에 꼭 덧붙여야 할 중요한 점 하나는 과학기술 발전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선진국 문턱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에의 투자는 대한민국 도약의 종잣돈이 된 셈이다. 조선,중화학공업,자동차,반도체,이동통신 등 세계 제1의 경쟁력을 지닌 산업에는 빼어난 과학기술자들과 그들의 노력이 있었다.

21세기에 이르러 대한민국이 세계중심국가로 도약하는 데도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역시 과학기술에 있으며,그런 의미에서 올해 과학의 날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달 28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학기술 연구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2008년부터 매년 10% 이상 국가연구비를 증액했다. 이는 나라 살림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 과제로 정부가 여기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올해 정부투자 연구비는 약 15조원에 이르는데,이는 전체 정부예산의 4%에 육박하는 것이며 투자액 면에서도 세계 수많은 나라 중 일곱 번째에 달한다.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과학기술 연구를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해 더 큰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며,바로 이런 일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족됐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연구 성과를 극대화하면서,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국격(國格)을 높이고자 전력을 다할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 같은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선택한 핵심 가치는 '개방과 협력'이다. 다가올 미래는 융합기술의 시대로 예측되는 바,'융합'은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며 여기에는 다시 개방이 전제 조건이 된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즉 개방과 협력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화두로 거론되고 있는 학문간,분야간 융합을 이뤄내야 한다. 또한 구제역과 일본 원전사태 등을 계기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재난 · 재해 등 사회 현안에 대해 과학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날 우리의 부모세대는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기술만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후손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줄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과학기술처를 설립했고,이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 수년간 국민소득 2만달러의 덫에 걸려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며,그 해답은 역시 과학기술 진흥에 있다.

제44회 과학의 날을 맞이하면서,과학기술로 대한민국의 성장판을 새로이 열고 또 한 번의 역사적인 도약을 이뤄낼 것을 다짐해본다.

김도연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